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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노주희 박사가 제시하는 기악교육의 시작 2018-08-07 14:00:52
작성자   오디선생님 audie2014@naver.com 조회  576   |   추천  46

노주희 박사가 제시하는 기악교육의 시작

 

 

우리 아이가 언제 악기를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어떤 악기를 배우는 것이 좋을까요? 피아노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던데... 이 또한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이다. 악기를 시작하였는데 연습하기 싫어하는 아이는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한동안 좋아하는 듯 보였고 숙제도 꾸준히 하는 것 같은데 실력이 늘지 않은 아이 등등 악기공부와 관련해서 부모의 고민은 끝이 없다.

 



 

 

악기를 시작하는 데 적합한 물리적 연령은 한마디로 없다. 적합한 음악적 연령이 있을 뿐이다. 물리적 연령과 음악적 연령은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4세 아이가 7세 보다 더 높은 음악성을 보유하는가 하면 음악옹알이를 벗어나지 못한 성인도 이따금 발견된다. 적합한 음악적 연령이란 음악감수성과 관련되는 문제이다. 음악옹알이를 벗어나서 음악의 객관적 언어소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할 수 있어야만, 리듬에 맞추어 몸을 올바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만 악기 위에서도 정확한 음높이와 음길이를 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장조와 단조의 조성의 차이를 섬세하게 느끼지 못하고 일정한 템포를 지속하는 것이 어렵거나 정확한 리듬을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악기 위에서 그러한 차이를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장조와 단조의 조성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단순 2박과 단순 3박의 박자에 대한 이해력은 기악음악을 시작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초이며 각 조성과 박자에서의 어휘력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기악음악을 시작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악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뒷받침 된다면 감정적으로 훨씬 부드럽게 기악공부를 시작할 수 있음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어떠한 악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고든(1984)의 Instrument Timber Preference Test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악기가 현악기인지 관악기인지 그 중에서도 목관인지 금관인지를 아이가 좋아하는 악기의 음색을 통해 판단하는 검사도구이다. 아이가 손이 두껍고 크니까, 팔이 길어서 등등의 물리적 특징을 통해 악기를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악기의 음질과 음색에 대한 아이의 선호가 그 악기를 가까이 하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부모의 선호는 아이의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좋아하는 것을 대부분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부모가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악기가 따로 있다면 강요하기 보다는 부모가 그 악기의 음악을 좋아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한 권고가 된다.

피아노를 먼저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한낱 편견에 불과하다. 피아노는 좋아하지 않았어도 다른 악기에 더 흥미를 보이는 아이들은 의외로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이 있다. 악기를 바꾸어 성공한 음악가들의 일화를 구태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피아노는 선택 가능한 여러 악기 가운데 한 가지 악기일 뿐 모든 악기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이렇게 악기를 선택하여 기악공부에게 입문하는 아이들에게 처음 만나는 교사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거나 좋은 대학의 졸업자, 콩쿨이나 예고입시에 많은 합격자를 낸 교사, 명망 높은 교수 등등의 조건은 악기공부에 막 한 발을 디딘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과 거리가 먼 조건일 뿐이다. 아이들을 잘 이해하는 선생님, 아이들을 좋아하는 선생님, 혹은 유아들을 가르친 경험 등이 더 바람직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선생님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음악에 흥미를 잃지 않고 음악을 통해 마음을 여는 따뜻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같은 교사로서의 태도와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은 아이들이 기악공부를 위한 사전 준비 즉, 음악감수성의 토대가 형성되었는지를 살필 수 있는 능력이라고 단정 짓고 싶다. 기악공부를 할 만큼의 오디에이션에의 준비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들에게 악보읽기와 반복 연습에 내몰지 않고 놀이와 게임, 많은 듣기를 선행하는 학습방법에 먼저 아이들을 노출시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 왜 아이들에게 피아노는 가르치지 않고 건반 위에서 놀기만 하는지 왜 바이올린은 안 가르치고 노래하고 춤추기만 하는지 의아해하는 학부모에게 안내와 지도의 차이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노력도 아울러 필요한 일이다.

 

음악학습이론의 주창자 고든 (Edwin E. Gordon)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초기 기악교실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대 일 개인 렛슨 시간 이외에 한 주에 한 번 악기는 두고 빈손으로 만나는 그룹 렛슨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교실이다. 노래하고 듣고 리듬놀이 및 동작놀이를 위주로 다양한 조성과 박자의 음악을 경험하고 음고패턴 및 음가패턴 학습을 통해 각각의 조성과 박자에 대한 어휘력을 계발하는 음악놀이 시간은 기악음악교육이 피해갈 수 없는 기술습득으로 말미암아 아이들이 음악적 누림과 즐김에서 멀어지는 현상을 방지하고 아이들의 오디에이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킨다. 특히 아이들이 현재 공부하고 있는 악곡의 조성과 음계를 이해시키고 그 조에서의 멜로디 패턴 즉, 음고와 음가가 결합한 형태의 패턴을 노래하게 한다면 아이들이 다시 돌아가 개인 렛슨 시간에서 그 악곡을 다시 대할 때 퍽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자주 틀리는 부분의 리듬, 템포가 느려지는 부분, 한 호흡으로 노래하지 못하는 프레이즈로부터 패턴을 뽑아서 놀이에 이용하고 또 노래 불러주고 즐겁게 노래하게 할 때 악곡에 대한 이해가 아이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부쩍 자라난다.

기악 교사에게 이러한 활동시간은 많은 준비를 요하는 부담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 그러나 공부하고 싶지 않은 아이를 가르칠 때의 교사의 심리적 부담에 비하면 음악활동을 준비하는 부담은 오히려 즐거운 부담이 될 것이다. 음악적 흥미가 자라나고 음악 안에서 행복한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이 교사에게 보람된 시간을 주고 내면의 힘을 선사하며 즐거움의 원천이 그들로부터 샘솟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아이들이 음악에 더 가까이 다가오고 학습에의 동기를 구할 수 있다면 그 시간을 위해 힘을 기울이지 않을 교사가 있겠는가.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면 아이들은 스스로 연습한다. 얼마만큼 몇 시간 동안, 몇 번을 연습하라고 지정하는 것 보다 오디에이션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때 아이들은 효과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기계적으로 연습 하느니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마음으로부터 귀 기울이며 오디에이션 한다면 사뭇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에게 연습시키는 사람이 아니라 연습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어야 하며 부모는 아이의 연습시간의 양을 재는 것으로 아이의 음악적 성장을 가늠하지 않아야 한다. 음악이 종일 아이의 마음속에서 연주를 거듭하고 있는가가 실제 연습시간 보다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며 머지않아 아이는 스스로 연습의 양도 시간도 방법도 정할 수 있게 되므로 아이의 자발성을 깊이 신뢰해 주어야 한다.

 

악기공부를 통해 음악감수성을 발달시키고 오디에이션의 향상을 도모 하는지 아니면 암기와 모방을 통한 반복연습으로부터 단순히 연주 기술만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아이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건반이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대부분 좋아하는 노래를 건반 위에서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거나 혹은 렛슨을 통해 배운 음악을 흥얼흥얼 노래한다. 악기를 노래로, 노래를 악기로 바꾸어 연주하는 모습이 전혀 없다면 부모나 교사가 넌지시 놀이를 제안해 보아야 한다. 악기를 연주하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원활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악기로 재생하지 못한다면 그 아이는 연습기간 내내 마음으로부터 귀 기울여 듣지 않았을 뿐 더러 마음속으로 노래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우려된다. 좋은 교사는 아이들에게 두 개의 악기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하나는 눈에 보이는 실제 악기입니다. 다른 하나는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오디에이션 악기입니다.” 고든의 말을 다시한번 마음 깊이 새겨 넣는다. 마음 없이 연주하는 빈 음악들이 그치고 악기소리에 마음의 악기가 담기는 아이들 연주를 더 자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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